밤의 대화
그림자
濟 雲 堂
2000. 8. 31. 09:53
어느 누구도 삶에 있어서
제 그림자를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빛이 존재하지 않는 한은
자기 앞에 놓여진 삶이 늘 고통받고
힘겹사리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의 거울을 놓지 않습니다
문득 내가 이렇게 커 나가는 것이 대견하다고 여겨지지만
그림자는, 여전히 바닥을 기어다니고
빛이 강하면 강할 수록에 더욱 어둡게, 때로는 더욱 장광하게 드리워지기만 합니다.
어둠이 빛을 가리는 흐린 날에
우리는 본능 저, 깊은 저의에
솟아오름의 때를 일깨우는 감성에 젖어 그림자로 존재하는
나의 존재 저편을 그리어 봅니다.
그림은 '그리움'의 구체형입니다.
소멸하고 존재하는 것은 그리움의 유무가 아니라
자신 앞에 놓여진 창을 볼 것이냐, 안 볼 것이냐, 혹은 열 것인가, 안 열 것인가에
그림의 정체성은 드러나기도, 또는 안 드러나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움은 독자적인 붓으로 전체를 그려가는 그림입니다
그리움의 바탕은 그림자입니다
우리의 삶을 떠받치고 있는 무욕의 존재성에는 어떠한 압력도 어떠한 시대적 비굴함도
결단코 감동을 받지 않습니다.
한 벌의 그림자
삶의 그리움
그려짐
그림
무욕을 그려 가는 삶의 여정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의 질겁!
내가 살면 너도 살고, 너 죽으면 나도 사라지고 마는
그러나 빛의 아들, 어둠의 딸
애정 어린 눈길에 슬며시 스며들어, 존재이고자 몸부림치는
내 단 한 벌의 그리움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