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연안부두, 황해 배연신굿

濟 雲 堂 2000. 8. 5. 15:21

마침내, 기억으로 일어서서
와락! 달겨드는 바다여
시름도 삭아 저리도 누르구나!
암흑을 밝히려 하였던
너의 등뼈는 휘어져
무른 젖가슴으로 바다를 껴안고 있다
등대여!

어느덧, 세월이 흘러
117년의 나이를 먹어도
진부한 너의 외투 자락은 무겁고
구멍난 바다의 정면으로 어지럽게 머리를 쳐 박는다
갈매기 떼!

마흔 두 해의 갯 생활에 흠뻑 젖어
한 사발 막걸리를 훔치고 나니
신모 김 씨가 던져주는 인절미 한 조각에
참았던 남모를 그리움이 올칵거린다
연백 아줌마는,

환생한 서방의 좃뿌리 씹어 삼키듯
오물거리는 구릿빛 세월이여
살아 있어도 죽은 체하였던
미추홀, 뜬 금 없는 민초들의 삶이여

배연신굿은 끝났다
악에 받쳐서 때로는 외로움에 못견디어
한 목숨으로 빌어온 생애
우리네 등 푸른 지느러미 앞 바다
황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