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출근

濟 雲 堂 2002. 5. 15. 14:41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다
붉게 펼쳐진 하루가
둘둘 말려지고 있다

물건을 잔뜩 실은 카트 위에
계집아이를 태우고
이-마트 출구를 나서는
여인들의 눈동자마저
붉게 물들고야 마는

어제의 하늘,
오늘은 과거를 쓸어 담기 위해서
내일은 오늘을 구겨 넣기 위해서
어둠 속으로, 어둠 속으로
종이상자 같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 있을 무렵

어둠의 경계에서
나는 다시 시장으로 출근한다
콩나물과 장미가 공존하는
신포동으로
나는 출근해야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