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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表現)

濟 雲 堂 2016. 4. 21. 15:56


우리는 타인에게 자기 자신을 알리는 행위에 대해 익숙지 않은 문화를 갖고 있다. 그것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오랜 세월에 학습된 습관이란 것을 부지불식간에 알고 있다. 세계화 붐이 일던 시기부터 우리 사회에 나돌던 각종 자기 피아르(PR)들은, 움츠려 있던 자기 세계를 외부에 알리는 데에 공을 세우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삶의 자신감으로 도출시켰다는 점에서 그 공로가 인정되고 있다.


전통사회에서 타인과의 관계망을 놓고 봤을 때, 인의예지신은 주요한 주제거리였다. 남에게 염치가 있어야 하고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교육받았으며, 서열과 체계를 지켜야 조직이 살아난다는 논리에 순응하였던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독자적 세계라든지 개성 있는 존재감에 대해서 모종의 압력을 사회로부터 받았다는 이야기이다.


전 세계 어디든 마음만 먹으면 하루 이틀 안에 도착할 수 있는 시간대에 살고 있음에도 새로운 환경에 대한 낯가림은 여전해서, 엔간히 나이 드신 분들은 외국 여행지에서 극도의 경계심과 더불어 자기표현을 못해 침묵으로 일관해버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자신감은 더욱 축소되고 세계화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화로 풀어내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경제대국에 진입한 중국의 고로(古老) 여행자들에게서도 쉽게 발견되고 있다. 돈의 여유는 있으되,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적응력의 부재로 갈등현상이 나타났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여하 간에, 표(表)는 자신을 가리고 있는 옷(衣)을 벗어젖히고 속내를 밖으로 내보인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윗사람에게 자신의 견해를 내보일 때 사용됐던 단어로, 기원전 200여 년을 전후로 중국 한나라 시절에 만들어진 단어로 전한다. 진심을 전한다는 의미로 풀어쓰기도 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소극적 표현 방식의 대표적인 예가 수주대토(守株待兎)하듯 제 자신의 의지를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중국 고서 한비자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토끼가 나무 기둥에 부딪쳐 죽는 모습을 보고 농사일을 차치하고 토끼를 기다렸다는 유래로 보아, 적극적 개념인 표(表)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하겠다.


문화는 지키는 것이 아니라 융합되어 미래로 다가가는 것이라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지만, 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현 시점에서 자신을 드러냄으로서 세계와 동참하는 것도 삶의 한 방법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