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제도
사람을 사회계약적 관계로 이끌어내 합법적 가족의 구성원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제도가 결혼이다. 인류가 채집과 사냥 중심의 사회에서 농경사회로 전환하면서 비로소 제도화된 장치이다. 노동력 확보와 가계 존속의 수단은 물론, 사회화과정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였기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의미는 여전히 무게감 있다.
혼인의 혼(婚)자를 면밀히 살펴보면, 여성의 기능을 형상화해서 만든 여(女)자는 원래 가슴과 아이 낳는 모양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문자에서 출발하고 있다. 중국 최초의 자전인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여자의 모양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해 놨는데, 양쪽 가슴을 크게 그리고 엉덩이를 뒤로 빼고 무릎을 꿇은 채 구덩이를 파내어 아이를 낳는 모양으로서, 갑골문자에서 나오는 여(女)의 변화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결혼을 뜻하는 혼(婚)자는 여성을 뜻하는 여(女)가 상대방의 씨 성(氏姓)을 받아들이는 날(日)이란 의미로 통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회구조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과거와는 다른 형태와 개념으로 바뀌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가정을 이루는 결혼의 정의에는 변함이 없다. 아이를 낳거나 남성의 힘(力)을 빌려 노동력을 획득하려했던 전통적 개념에서 다소 비켜나 있지만, 양성이든 동성이든 양자구도의 합일을 통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한다는 것에는 일치하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한국을 비롯해 동북아 젊은이들의 결혼 연령대가 2000년을 기준으로, 과거보다 5~6세 높아졌다고 한다. 20세기가 16~28세 젊은 층이 결혼의 주류였다면, 21세기 들어서는 29세부터 35세의 연령층대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경제문제와 맞물려 결혼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현상으로 확대되어 동북아 3국 공동의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결과가 되기도 하였다. ‘3포 세대’ ‘5포 세대’ 등으로 불리며 결혼과 직장은 물론이고 양육을 통한 사회화과정 자체를 포기하는 젊은 층의 증가는 미래사회를 더욱 불투명한 악순환구조로 전개될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였다.
어쨌든, 수십 세기를 관통해온 인류의 결혼이란 제도가 위태로운 외줄타기에 섰다는 점에서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할 숙제가 분명한 셈이다. 과거를 풀어야할 것도 사람이고, 미래를 열어가야 할 것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참에, 무탈하게 결혼 생활(제도)을 지속적으로 영위하며 후손에게 인류의 가치를 묵묵히 전수해왔던, 동서고금의 선배제현에게 절로 고개 숙이지 않을 수 없는 시점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