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은 동북,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식사할 때 사용하는 도구이다. 식탁에서 음식을 자르고 찍어서 먹는 문화권에서는 칼과 포크가 필요하지만, 밥과 채소와 생선 등을 주식으로 하는 문화권에서는 숟가락과 더불어 필수 요소가 된다. 젓가락은 한자말 저(箸)와 긴 막대를 의미하는 우리말 ‘가락’이 만나 순음현상에 따라 젓가락으로 부르게 되었다. 곰곰이 살펴보면 물건이나 사람을 의미하는 자(者)에 대나무(竹)를 합친 것으로 보아, 이 글자가 만들어진 시기를 유추해 볼 수 있다. 가장 오래된 문자인 갑골문자에 기록돼 있고, 공자가 식사 자리에 칼이 놓이는 것을 경계하였다는 것으로 보아도 상당히 오랜 세월을 사용한 도구임에 틀림없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나라들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베트남, 태국 등이다. 그러나 같은 개념의 젓가락일지라도 모양새와 용도 면에서 미세한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세계 인구의 30% 가량의 사용자로 이해됐을 때에는 동일한 개념이고 ‘거기서 거기’가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 법하지만, 태어나 평생을 동일 문화권에서 생활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차이의 확연함 때문에 이질감과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길고 뭉뚝한 중국의 나무젓가락, 이 보다 짧지만 쇠로 만들어진 한국의 젓가락, 끝이 뾰족하여 뭔가 골라내기에 편한 일본의 젓가락 등 크게 대별되는 것만 가려도 이렇게 달라지는 것이 한중일 삼국의 젓가락이다. 기름에 튀기거나 멀리 있는 음식을 먹을 때, 절임 등 무게감 있는 음식을 집을 때, 생선 가시를 발라내는 일 등등 요건에 맞는 젓가락 풍속도가 문화 차이를 만들고 사용자의 기질도 파악되어, 삼국의 인문지형도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지난 해 12월. 충북 청주에서 세계 최초로 ‘젓가락 페스티벌’이 열렸다. 여러 나라의 젓가락과 그 문화를 한 눈에 가늠할 수 있어 좋았지만 적잖은 아쉬움도 남겼다. 수차례 중국과 일본을 여행하면서 식사 때마다 느꼈던 점들과는 다르게 ‘보여주기’식으로 일관돼 있었기 때문이다. 상업자본화의 속도에 밀려 일회용품들이 전반에 깔려 있는 중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전통과 예술적 경지에 올랐을 정도로 젓가락에 ‘아름다움’을 새긴 일본의 젓가락 문화와 제작 기능인의 국가적 관리 시스템을 소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번 배우면 평생을 사용하는 거지만, 다른 시각에서 실생활 도구를 재 고찰하면 새로운 세계가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너무 앞서서일까. 그래야만이 거시적 세상의 허점을 채우게 되지 않을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