濟 雲 堂 2016. 2. 25. 08:13


인류가 역사시대를 맞이하고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을 세상에 내놓았지만, 정작 기록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인물은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부처라 일컫는 석가모니는 인류역사상 가장 독특한 캐릭터를 지닌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깨달은 자’의 통칭인 부처는 가장 존경받는 자를 이르는 불가의 대명사이자 최대의 찬사이다. 기원전 6세경. 인도 카필라 왕국의 태자로 태어나 권세와 부를 등지고 시다림(尸茶林)을 행했던 사건은, 당대 최대의 뉴스이자 충격적 이슈였고 석가모니란 인물을 성인의 반열에 올리는 시발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시다림 즉, 우리말 시달림은 ‘괴로움이나 성가심을 당하는 일’이지만, 원래는 ‘주검이 즐비하게 버려진 곳’을 의미하며 구도행위의 한 방법을 말하고 있다.


부(富)는 밭(田)을 거머쥔 사람(口)이 뚜껑을 덮고(宀) 있는 모양새로 소유 자체를 표현한 회의문자이다. 운명적으로 주어진 자신의 부를 버린 석가모니의 기행과 시신이 숲을 이루는 곳에서 깨달음을 얻고자 했던 행위는, 요즘으로 치면 상상 그 이상이었으리라 짐작되고 있다. 여하튼 간에 현대에 와서 부를 등지며 산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고 사는 것과 다를 바 없이 생존에 치명적 위치를 지시하는 바로미터이다. 자본주의하에서 돈은 부의 상징이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계단임이 더욱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부의 쏠림 현상에 따른 폐해가 악재로 작용해 절대다수의 궁핍으로 이어지고, 빈곤의 씨앗이 다시 뿌려져 악순환의 구조를 고착시킨다는 것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하기에 석가모니의 부(富) 포기 사건은 수천 년이 흐른 지금도 세간의 감동을 넘어 종교적 신념으로까지 추앙받게 된 것이라 하겠다.


이런 측면에서 새해를 맞아 절대치에 가깝게 상용하는 인사말 가운데 ‘새해 복(福)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이며 통상적인 인사말로 간과할 수 있지만, 부의 의미를 뛰어넘는 복선이 깊이 깔린 단어라는 것을 한 번 더 살펴보게 된다.

시(示)는 ‘보인다’ 혹은 ‘베풀다’라는 뜻을 지닌 한자말이다. 거기에 집을 의미하는 면(宀)을 제거한 부(富)가 나오는데, 이를 합치면 복이란 단어로 읽혀진다. 풀어 설명하면, ‘제 자신이 소유한 부를 타인에게 베푼다’는 의미가 바로 복(福)자가 되는 것이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는 결국, ‘부를 나누세요.’라는 은유가 배인 인사말이 된다. 타인으로 향하는 인사말에서 결국 제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그러나 모두가 공유하게 되는 ‘사랑’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