濟 雲 堂 2016. 2. 6. 21:28

설은 우리의 최대 명절 가운데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추석이라 일컫는 팔월 한가위와 더불어 한반도의 달력을 흥겨움에 젖게 만드는 대표적인 축제인 것이다. 보름 마다 계산하여 제정한 24절기와 그 시기에 맞춰 여러 의미를 두었던 각종 명절들은 선조들에겐 삶 그 자체이기도 했다. 일과 휴식, 과거와 미래에 대한 자각이 동시에 이루어져 명절을 기해 제사를 드리고 가족을 불러 모으는 구체적인 행위가 명절을 통해 이루어졌음은 물론이다.

설은 달력을 사용하는 아시아권 국가들에게 특징적으로 보여 주는 날짜 계산법이다. 태양력을 사용하는 서구권 나라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의 공전 주기를 따져 셈하는 방식과 달리 달의 차고 기움을 기준 삼았다는 것이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농사를 삶의 뿌리로 삼고 지냈던 아시아권 국가들의 날짜 계산법은 절묘하게 농사일과 절대적 관계에 있다. 그러니 태양력 기준의 셈법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설은 24절기의 첫째 날을 이르는 말이다. 꼭두쇠와 같은 의미이다. 그래서 맨 처음을 장식하는 행위나 행태에 설이라는 단어를 접두어로서 사용하기도 한다. 설까치 설장구 설빔 등은 새해에 첫 번째로 찾아든 손님, 장구잽이 가운데 손꼽히게 잘 치는 치배, 새해 첫날에 입는 옷 등 여러 가지로 불리는 이유는 처음과 새것과 우두머리의 의미를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일면 농경사회라는 협업 조직체를 꾸리지 않으면 문화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으며, 공동체의식을 일체화 하는데 막대한 기여를 했음은 분명하다.

갑오개혁을 통해 태양력 사용을 권장했던 고종 또한 이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시대 변화의 큰 물결에 자주적으로 대처하려 했던 고민을 달력이 아닌 태양력으로 바꿈으로 해서 새로운 시도를 꾀하기도 하였다. 어쨌든 일제 강점기에 들어서 신정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고 구정이 달력, 이른바 캘린더에서 자취를 감추는 묘한 형상이 일어났다. 부재하면서 존재하고 법적으로 보장을 받지 못했으면서도 은근슬쩍 보장해주던 구정 즉, 설은 비로소 1985년 전두환 정권에 의해서 국가 지정 공휴일로 제정돼 오늘에 이르게 된다. 수천 년 내려온 전통사회의 커다란 덕목이 정치의 도구로 이용된 것 같아 조금 씁쓸하지만, 재주는 곰이 부리고 즐기는 건 백성들이라 했으니 충분한 휴식을 통해 새날을 맞는 마음이 한껏 고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병신년 새해가 2월 8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새해에 복도 많이 기원해야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돌아가신 부모님을 통해 현재가 존재하는 이상, 제상이든 예배든 가족이라면 무조건 만나서 한 끼 식사라도 나누는 그런 설을 그려보는 걸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