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談

아디오스! 2014년

濟 雲 堂 2015. 1. 1. 20:44

마침이 있으면

새로운 출발이 있음을

비로소, 

달력을 보고서야 알게 된다.

 

첫장을 떼고

둘째 장을 떼고 나면

어느 틈엔가 봄이 올 것이고

또 한 장의 달력을 떼면,

수 십 세기 넘게 살아온 

그 믿음은

다시 역사가 된다

 

봄이 여름을

여름이 가을을 끌어 당겨

시간의 영원성을 어깨에 짊어지고 가는 건

어찌보면 세상의 불신을 회복시키는 단서가 아닐까

혹시, 그대여 

기적을 찾는다면,

그런 게 기적이 아닐까

 

그렇게 살아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다. 우리는,

그런 믿음을 꺼트리지 않고

살아가는 이유는

여전히 기적이 도처에 감춰져 있고

시련은 결국 나를 단련시키는

단지, 구실이었다는 것

 

2014년은 그렇게 지나갔다

4월 16일이 역사에 기록되었고

불량스러운 정국이 종국에

십 수만 명이 지지하는 정당이 종북 세력이기 때문에

제거해야 한다고 1:8의 압도적 지지로

폐당 처리해버렸고 아니, 민주주의의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렸고

이어, 에어 아시아 비행기가 추락해 백 수명이 수장되는

비탄스러움으로 이어졌다

굴뚝의 고공 농성과

무명의 야구선수 서건창이 이름을 날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땅을 밟았고

그리고,

서연이가 예쁜 딸을 낳았다.

 

가만히 보니

삶은 죽음의 형태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

절망의 상황이

굶주림의 상황이

55세 중늙은이가 일흔을 넘긴 할머니를 겁탈하려다

반항한다고 무참히 살해하는 비정 무정의 지경이

그렁그렁한 경계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아, 헤아릴 수 없는

삶이라는 죽음, 죽임의 축제들

아, 오래될 기억 2014년

 

민생을 위해서

초당적 의식과 실천으로 살아왔던,

다만, 생각이 다르고 실천의 방법이 다르다고

힘이 부족한 사람들을 무참히, 가볍게 또는 업수이 여기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이 계절에 다시 느끼는 것은

아직 우리가 생각이 모자라서이고

인정의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라는 걸

기도하게 만든다

 

돌이켜 보니

나는 다정스럽고 사랑스럽고

존경하는 많은 사람들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사소하다 해서 중하다고 보지 않았던

많은 일들이 무심한 말의 비수가 되어

가슴을 꽂는 일들이

일기장에 기록돼 있으니

 

반성해야겠다

인명, 친구들, 선후배들, 중코들

동료들, 가족 모두에게 고백해야겠다

잘못했다고...

용서바란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2015년엔 좀 더 한 발짝 더

그대들에게 다가서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