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는 집

터진개 떡방 6

濟 雲 堂 2013. 9. 6. 23:12

 2층 다용도 실

본격적인 철거를 시작했다

아마 6월 15일 쯤

 77년 묵은 집.

그나마 정비해서 살아온 증거랍시고

타일 조각 한 바닥이 견고하게 장식돼 있다

천정을 뜯어내니 온통 묵은 먼지와

기생하며 살아온 불쾌한 친구들의 배설물

하긴 목조 건물을 좋아하지 않을 놈들이 있겠냐 마는

어쨌든 작업하는 내내 바퀴 약을 뿌렸고 쥐 똥 치우기에 바빴다

 기록은 사실에 근거해 남겨야 한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있지만

뭔가 감추고 싶은 욕구가 가슴 저 편에 꿈틀거린다

지저분하다는 것 말고, 더는 떠 올리고 싶지 않은

시점에서

뜯어내면 낼 수록

숨은 과거는 들춰지고 있었다

일곱 면이 넘는 벽지의 덧대기는 물론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 좁은 공간에서 밥을 해 드셨고

우리는 낄낄댔고 그 웃음소리는 벌써 반백의 걸걸한 목소리들로

변해 버렸다

칠 순을 바라보는 큰 형님, 둘째 형님

셋째 형, 네째 형

다섯째 형 그리고 나 

 갈라진 벽을 채운 것은 그 흔한 시멘트였다

갈라진 회벽의 틈을 넘나들었던

오랜 시간과 바람 그리고 삶의 무게감들

얼마나 고되었을까

지탱하려고 애쓴 흔적들을 부지런히 메웠다

무게감을 줄이려고 될 수 있으면 뼈대만 남기려고 했다

희수의 나이를 먹은 집 답게

간편, 간략 그러나 집으로서의 존재감은 살려가면서

 쓰레기만 치우는 데 꼬박 일 주일이 걸렸다

얼마 안 되는 평수, 그 작은 공간

왜 이렇게 많은 버릴 것들과 공존해 있었던 걸까

삶이란 이런 걸까 반문해 보지만

이마저도 생각의 쓰레기라는 걸 이내 알게 된다

영원한 것이 없으므로

여하 간 좀 더 과감하게 버릴 것은 버리리라 맘 먹어 본다. 굳게...

 

 

갓 제대한 아들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쓰고 닦을 수도 없을 정도로 땀 흘렸기에

그저 눈을 감아버린...

영상 40도에 육박했던 이 여름은

이렇게 웃음을 남기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