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진개 떡방 6
2층 다용도 실
본격적인 철거를 시작했다
아마 6월 15일 쯤
77년 묵은 집.
그나마 정비해서 살아온 증거랍시고
타일 조각 한 바닥이 견고하게 장식돼 있다
천정을 뜯어내니 온통 묵은 먼지와
기생하며 살아온 불쾌한 친구들의 배설물
하긴 목조 건물을 좋아하지 않을 놈들이 있겠냐 마는
어쨌든 작업하는 내내 바퀴 약을 뿌렸고 쥐 똥 치우기에 바빴다
기록은 사실에 근거해 남겨야 한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있지만
뭔가 감추고 싶은 욕구가 가슴 저 편에 꿈틀거린다
지저분하다는 것 말고, 더는 떠 올리고 싶지 않은
시점에서
뜯어내면 낼 수록
숨은 과거는 들춰지고 있었다
일곱 면이 넘는 벽지의 덧대기는 물론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 좁은 공간에서 밥을 해 드셨고
우리는 낄낄댔고 그 웃음소리는 벌써 반백의 걸걸한 목소리들로
변해 버렸다
칠 순을 바라보는 큰 형님, 둘째 형님
셋째 형, 네째 형
다섯째 형 그리고 나
갈라진 벽을 채운 것은 그 흔한 시멘트였다
갈라진 회벽의 틈을 넘나들었던
오랜 시간과 바람 그리고 삶의 무게감들
얼마나 고되었을까
지탱하려고 애쓴 흔적들을 부지런히 메웠다
무게감을 줄이려고 될 수 있으면 뼈대만 남기려고 했다
희수의 나이를 먹은 집 답게
간편, 간략 그러나 집으로서의 존재감은 살려가면서
쓰레기만 치우는 데 꼬박 일 주일이 걸렸다
얼마 안 되는 평수, 그 작은 공간
왜 이렇게 많은 버릴 것들과 공존해 있었던 걸까
삶이란 이런 걸까 반문해 보지만
이마저도 생각의 쓰레기라는 걸 이내 알게 된다
영원한 것이 없으므로
여하 간 좀 더 과감하게 버릴 것은 버리리라 맘 먹어 본다. 굳게...
갓 제대한 아들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쓰고 닦을 수도 없을 정도로 땀 흘렸기에
그저 눈을 감아버린...
영상 40도에 육박했던 이 여름은
이렇게 웃음을 남기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