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는 집

터진개 떡방 4

濟 雲 堂 2013. 8. 29. 23:04

 

방앗간 리모델링 하는 데에는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우선, 수 십년 간 사용해 왔던 공간의 전면보수를 은근히 꾀했고

1936년 11월 1일 자로 건축된 공간의 이미지를 최대한 살려 볼 생각이었다

2층과 3층은 이미 아들의 도움을 받으며

6월 15일부터 7월 25일까지 수리를 시작했던 차

1층 방앗간은 도저히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알파가 있음을 알았다

 

슬라브형 목조주택 3층

말이 3층이지 비좁고 낡고 위험스럽기까지 했던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었다

천정을 뜯어내고 벽지와 합판을 떼어 내

무게감을 줄이려 했었다

아울러 내동과 사동의 황금가지 사무실에서 사용했던 물품들을

재  정리해야겠다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삼천 칠백 여권의 책들은 이미 헌책방 아벨에 넘긴 상태였지만

그래도 책이 차지하는 무게감을 줄일 수는 없었다

어지간한 건 무조건 버리자 라고 맘 먹었건 만

그게 잘 안 됐다

 

어쨌든 김홍희 작가가 총괄로 맡아

2013년 8월 31일부로 방앗간 수리는 시작되었던 것이다.  

 

허 훈 팀의 타일 작업도 예술적이었지만,

여기서 예술적이란 말은 모래와 돌, 타일을 실어 날랐던 엄청난 노고의 양에 비해

작업하는 자체가 너무도 비범했고 편안하게 움직였다는 걸 의미한다

목공 작업에 투입된 조연호, 조화평 부자의 매끈한 손 놀림 또한 예술적이었다

두 부자가 간편하게 일 할 수 있도록 아들이 못이며 잡티들을 제거하면

곧이어 자르고 못박고 붙이고 다듬어 내는 순서로 일의 줄기를 잡아갔다

일사천리로 밤 늦도록 연 이틀만에 수리했을 만큼

5명은 부지런히 작업을 해 나갔다.

 

세 자리를 차지했던 비대한 기계를 과감히 두 자리로 줄여 자리 잡게 했다

전기 보일러를 들여 놓고

생각보다 크기가 작은 이 보일러가 과연 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까를 고심하며

카메라에 담는다

사실 그 동안 내 눈에 기억되는 보일러에 대한 인상은 그리 깨끗한 이미지는 아니었다

기름을 태우는 것 자체에 대한 묘한 불쾌감이 늘 마음에 있었던 걸까

집 채 만한 물탱크에 바람개비가 달린 송풍식 보일러에 대한 기억부터

석유 버너에 이르기까지 온 집안을 매쾌하게 만들던,

어느 때는 기름 찌끼가 배관에 잔뜩 고여 폭발하게 되면

검은 재들이 온 동네에 휘날려 일일이 사과하러 다녔던 기억이 잠재돼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떡방의 5분의 1을 차지했던 부분을 8분의 1의 부피로 거품을 빼냈다

한층 야위어 보이지만 심플한 느낌이 든다 

 

조 목수 부자의 작업으로 작업 전의 모습이 완전 탈피했음이 보인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했던 마음은

결국 리프트 시설을 기획하게 만들었다

쌀포대를 아무데나 쌓아 놓고, 대야 등이 어수선하게 놓여진 공간을

깔끔하게 연출하려면 잡다한 물건을 어디론가 피신시켜야 했기에

2층 글 쓰기 작업공간을 비좁은 3층으로 과감하게 밀어내고

2층을 창고 겸 떡 포장 내지는 만드는 공간으로 바꿔 버렸다

500에서 700  킬로그램을 들어 올릴 수 있는 리프트 시설을 기획한 건

김홍희 작가의 생각이었다

처음, 김창기 작가(조소)에게 의뢰했을 땐

도르래와 에이치 빔을 이용해 체인을 잡아 당겨 올리는 것을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비효율적이고 힘에 부칠 것이라는 판단에

과감한 투자를 기획 전환하게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