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는 집

터진개 떡방 2

濟 雲 堂 2013. 8. 23. 22:16

 

기계 철거하러 온 날

속내는 믿기지 않았다. 설마 내가 이런 일을 저지를 거란 생각이 안 든 건 아니지만 드디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인승입 사장하고는 40년 넘게 거래를 해왔던 터라

커피를 마시며 잠시의 숙의 끝에

모조리 철거해 가기로 했지만 마음 속 여운을 떨치는 데에

약간의 서운함이 깃든 건 사실이었다.

 

산소 용접으로 몸체를 자르고 그라인더로

부분 부분을 절단할 수록 

오래 묵은 쇳가루 냄새가 진동해 왔다

시멘트 속에 박혀 빠져 나오질 못하는 5마력 짜리 모터가

끝까지 말썽이었다

정으로 쪼개고 급기야 땅 파기 드릴이 동원됐다

30년 넘게 시멘트 구덩이 속에서 화석이 되어가기 일보직전에

미라의 반열에서 구제해 햇볕을 보게 되기까지

2시간을 소진시킨 장본인이 되었다

 

보일러와 방아 기계를 철거하고 나니

후련함 보다는 아쉬움과 썰렁함이 그 자리를 채웠다

기름 때 묻혀가며 직접 고치고

갖은 연장을 사들였고, 공구들이 몇 박스나 될 정도로 늘어갈 만큼

애정을 쏟아 붓기도 했으며 절체절명의 순간들을 모면했던 기억들이

한 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에

깊은 생각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