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느닷없는 겨울

濟 雲 堂 2013. 6. 24. 23:19

 

 

고즈넉한 저녁 시간

쉴 틈 없이 시침과 분침과 초침 사이를 헤집고 다녔던

그 하루를, 자유공원

긴 나무 의자에 앉혀 놓았다

 

모든 존재가

시간과 물질이란 겉옷을 벗지 않는 한

벌거벗음의 편안함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오래된 플라타너스 나무가 알려준다

 

한 꺼풀 또 한 꺼풀

겉옷을 벗어 던져 세상에 내주는 저,

 

걸친 게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일까

빠지지직,  뼈 조각 으깨지는

신음소리를 기어코 내고만

긴 나무 의자

 

어깨를 툭툭 털어내 본다

아, 무수히 폭발하는

마음의 빚

중력의 지배를 벗어난 채

흩어져 어둠을 물리는

 

빚과 빛이 동음이란 걸

우연히 생각해 낸다

그리고

하릴없이 뜨거운 이 여름의 궤적에

작은 한 점 같은

겨울이 느닷없이 따뜻했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