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사는 외톨박이

20년 이후...

濟 雲 堂 2010. 11. 24. 14:29

 

습관적인, 다분히 습관적인 행로

마주치는 동일한 길

길은 때때로 스승과 같은 위엄이 있다

 

사랑을 잃은 자 이거나

마지 못해 살아가는 자 이거나

현실의 어쩔 수 없음에 봉착한 상황이거나...

 

앉을 자리도 없이 길에서 주운 물건들로 가득찬

오토바이를 횡단보도에 세우고

거침없이 빵 봉지를 뜯고 있는

노인을 바라본다

 

시간이 한 입 씩 뜯겨나가고

입 안 가득 제한된 시간이 씹히는 동안

나머지 시간들이 빵 봉지 속에서

바스락 거렸다

 

눈시울이 눈 길을 어느 곳에 놓을 지

고민하는 순간에 재빠르게 감겨버렸고

판단내릴 수 없는 느닷없음이

눈물을 훔치고 말았다

 

토굴지기가 애써 싸 준 먹을거리도 다 떨어져 갈 무렵

화석 같은 추억들은 입 안에서

머쓱해 하며

말린 사과, 바나나, 감, 키위 등의 향기를 풍겨내고 있었다

즉석에서 먹어 치운 콩 고기와 들깨 가루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저녁

 

이십 년 후의 내 모습 같은

노인이 목격되었다

 

세월마저 잃기 전에

살아 있는 동안을

살아 있어라 라고

염주경 끝 과육들이 길 위에 흩어지고 있는

저녁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