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談

삼십세(das dreissigste jahr)

濟 雲 堂 2010. 9. 12. 23:18

 

나이 삼십은 오는 듯 가는 듯

그렇게 지나가는가 보다

 

십 이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가물가물한 얼굴

그러나, 살은 좀 붙었고

피부는 약간 그슬린 건장한 청년이

불쑥 "건강하시죠?" 물어 온다

 

아, 그래.

 

자아의 정체성과 시대적 고뇌

서른 나이에 느꼈던 세계를 여성적 시각으로 풀어낸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그 나이 즈음의,

 

아, 그래.

 

일년에 한번 씩 '동현'이와 '헌식'이를 보러

능내 감나무 집에 간다는......

순간, 그 아이들이 벌써

살아 있으면 서른......이라는 등식이

망각의 못에 파문을 그리고 있다

 

아, 그래.

 

살인자도 아니면서 살인을 했다고 주장하는

광기의 그 청년(살인자와 광인의 틈바구니에서)처럼

죄의식에 사로잡혔던 나날들이

현실 밖으로 젖은 옷가지를 떨어내고 있었다

 

낡은 집을 허물고

삭은 벽을 떨어

리모델링하는 '공화춘' 창틀에

간당간당 매달려 일 하는 청년이

불현듯 눈에 와 박힌다

 

"몇 살이우?"

"넵 서른입니다"

 

아, 그래.

 

서른은

앞으로도 익명의 누군가는

부지불식간에 그렇게

지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