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뽀삐 화장지 십자가

濟 雲 堂 2010. 7. 11. 17:20

 

살면서, 이제껏 살면서

곰곰히

 

형제의 우물을 채웠던 것은

네째 형이었다

어쨌거나 네째 형이었다

 

첫째 형도

둘째 형도

셋째 형도

다섯째 형도 아닌

네째 형이었다

 

17년 전

꽃동네 화장실에서

포장지를 뜯어 만들었다며

내게 건내주던 십자가를

오래된 지갑 속에서 꺼내어 보았다

 

살면서, 이제껏 살면서

곰곰히

 

종잇장도 십자가가 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