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談

작은 솟을문

濟 雲 堂 2009. 7. 3. 00:04

 

 

41830

 

영등포 문래동 소방소 뒷길

제약회사 담벼락 아래

먹 개천은 넘실넘실

아직 흐르고 있을까

 

건물 옥상이 왕관처럼 생긴

크라운 맥주 공장이 보이면

암영이 전부였던 기차의 내실에는

도착역을 알리는 확성기 소리가

모기의 비행처럼 앵앵거렸다

 

외삼촌 댁 가는 길

어린 자식 혼자 보내는 길이라고

노심초사 하시던 어머니

걱정마시라 믿어보시라,

영등포에서 내려

맥주공장을 등지고

연탄공장과 제약공장을 찾아가다가

소방소가 보이면 먹 개천을 따라

두 번 째 골목에서 오른 쪽으로 돌아

두 번째 집

외삼촌 댁 아니냐고 하였던

 

빌라가 들어서고

상가와 학원

돈이 될 만한 것이면

낡은 것 모두 때려 부수고

새롭게 만들어버리는 이 즈음에

 

영등포 문래동

까맣게 잊었던 먹 개천

외삼촌 댁 작은 솟을문을 닮은 집은

누군가 함박웃음으로 등 끌어 안을 것만 같은

정겨운 기억이 물컹 잡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