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談
작은 솟을문
濟 雲 堂
2009. 7. 3. 00:04
영등포 문래동 소방소 뒷길
제약회사 담벼락 아래
먹 개천은 넘실넘실
아직 흐르고 있을까
건물 옥상이 왕관처럼 생긴
크라운 맥주 공장이 보이면
암영이 전부였던 기차의 내실에는
도착역을 알리는 확성기 소리가
모기의 비행처럼 앵앵거렸다
외삼촌 댁 가는 길
어린 자식 혼자 보내는 길이라고
노심초사 하시던 어머니
걱정마시라 믿어보시라,
영등포에서 내려
맥주공장을 등지고
연탄공장과 제약공장을 찾아가다가
소방소가 보이면 먹 개천을 따라
두 번 째 골목에서 오른 쪽으로 돌아
두 번째 집
외삼촌 댁 아니냐고 하였던
빌라가 들어서고
상가와 학원
돈이 될 만한 것이면
낡은 것 모두 때려 부수고
새롭게 만들어버리는 이 즈음에
영등포 문래동
까맣게 잊었던 먹 개천
외삼촌 댁 작은 솟을문을 닮은 집은
누군가 함박웃음으로 등 끌어 안을 것만 같은
정겨운 기억이 물컹 잡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