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談

무장공자(無腸公子)

濟 雲 堂 2009. 3. 7.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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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앞 바다에 덕적도가 있다

게서도 서포리라는 곳

그 곳을 최초로 여행했던 기억은

예닐곱살 무렵이었을 것 같다

 

연안부두에서 출발해

거의 세 시간, 바다를 헤쳐 가야만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 올려 보건데

여간 지루해 하지 않았을까

 

지금의 연안부두는

70년도 중반에 매립되어 만들어진 곳이지만

유년기의 연안부두는 현재 올림포스 호텔 너머로

담벼락에 가로막혀 사라져버린 곳이 돼 있었다

 

가뭇한 기억 속에 서포리는

어른들이 밝혀주던 횃불 아래서

낙지며 게를 주어 담던 풍성함이 시나브로 떠 오르는 곳이었다

집게발의 두려움을 물릴 수 있었던 것은

배 터지도록 먹을 수 있는 게찜에 대한 욕구가

더 컸기 때문이었을 게다

흔하기 짝이 없는 게들, 특히 꽃 게를 주어 담노라면

게딱지에 창처럼 삐죽삐죽 솟은 가시에 찔리기 일쑤였고

가위 같은 집게에 물려 눈물빼놓을 만큼 울어버린 그 때가

여간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현재, 꽃게 한 관 사 만원에 팔리는 즈음에

떠 올려 보는 추억거리가 되었다

그물에 잡아 올리는 꽃게의 값이 그렇다는 것이다

만일

잠수부가 모래바닥을 헤집으며 잡아내는 꽃게였다면

아마도 족히 칠 만원대에 육박했을런지 모른다

 

화해花蟹, 밥도둑

횡행개사橫行介士 등으로 일컬어지는

꽃게의 별칭 가운데

무장공자無腸公子가

요즘따라 머릿속을 들쑤시고 있다

소위말해서 애(腸)끓는 일이 없을 거라는 막연함이

단연 돋보이기 때문이다

 

용왕 앞에서 당당하게 옆으로 가로질러 가는 행태도 그렇거니와

세상의 시름조차 가슴에 담아낼 것 없다는 배짱을 보건데

세간의 정객들을 너무도 닮아 있어

여간 입 맛 쓰린 게 아니다

 

  느닷없이 게 이야기가

경칩 늦은 밤에 생각나는 건

신포주점 벽에 걸린

옥계 오석환 선생이 그린

게 그림 때문이다

눈 앞에 노릇노릇 붉수그레하게 잘 익어가는

꽃게의 기억들이

흔들거리는 벽에 단단히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