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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공호1
濟 雲 堂
2008. 8. 2. 23:00
일본인들이 파 놓은 방공호가 인천에 여럿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HLKX 단파 방송국 자리 한 귀퉁이에
숨은 듯 놓여 있다
해방과 함께 미군이 주둔해 있으면서
라디오 전용 단파 방송국이 인천에 처음 생겼났는데
적산가옥을 개조해 방송국으로 만든 것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는 초입은 그런대로 세멘트를 발라
밋밋한 모양이었다
열 걸음 정도 들어가보니 전혀 다른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붉게 물들인 조화가 냉기 서린 굴 안에 있다는 게
조금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바위를 쪼고 파내어 만든 굴 안은
뙤약볕에 이글거리는 바깥 온도를 비웃듯이
아주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마저 주었다
무슨 일이 분명 있었던 모양이다
검게 그을린 내부의 전면이 심상찮아 보였지만
상상은 여기까지...
어울리는 얘기는 아니지만
현재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포도주 저장고로 사용하고 있다
방공호 아니 굴의 마지막 장면은 찍을 수 없었다
포도주가 잔뜩 저장돼 있는 모습이거나
난데 없는 꽃 바구니
매끈하게 잘 빠진 포도주 배너 광고물이 펼쳐진 모습을 능가하는
그 무엇이 동굴 안에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벽(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