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길밖에 길이 없다?
연일 치솟는 기름값 때문인지 평소보다 곱절이 넘는 차들이 아파트 주차장에서 똬리를 틀고 앉았다. 머리 디밀고 길을 나설 엄두가 나질 않는 모양이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겠다는 각오가 심심찮게 들리고 가급적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겠다는 의지가 곳곳에 표출되고 있음에도 시민들의 위축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유가상승 도미노 현상은 교통비는 물론이고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가까운 거리를 걸어 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기꺼움 이면에는, 회의적이게도 문제의 해결방식이 지극히 서민적이고 소극적인 것은 물론, 일천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대안이라는 사실이 내내 가슴팍을 안쓰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주차장이 딸린 아파트에 낡은 차를 모셔두고라도 걸어서 다니겠다는 의지를 보인 서민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제조업과 운송업에 목을 대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가 날선 경각에서 외줄 타는 심정이라고 연일 목 놓아 포효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눈 멀쩡히 뜨고 길을 나선다 해도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란다.
인천에서 제일 오래된 아파트 꼭대기 층에서 바라본 포스트 인천에 대한 조감도는 유가폭등이란 스펙트럼을 통해서 더 많은 문제점들이 투영되고 있었다. 그 가운데 인천 전역에 광풍 불어 닥치듯 추진되는 재개발 문제에 초점을 맞춰보면, 900여 만 평의 재개발 지구 거의가 집단주거 시설들로 채워지고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편에 인천시 행정부의 힘이 편중돼 있다는 데에 문제는 더 불거지고 있다. 단적으로 비좁은 도로는 무조건 넓히고, 낡고 허름한 집은 때려 부숴 아파트를 만들겠다는 단순 도식적 발상인 게다.
도시 불균형 문제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깨어있는 시민사회가 도시행정 관련 거버넌스 협력 체제를 강력히 요구하는 시점에서 시대착오적 구태가 여전하다는 것은,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거듭난 시민사회의 불만을 촉발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제기될 일이다. 발상의 합리성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과연 내재돼 있는 것인지, 본질적으로 누구를 위해, 왜 개발해야 하는지를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는 이야기다.
사족을 달면, 아파트 수명을 보통 30여 년으로 쳤을 때, 게다가 유지에 필요한 연료 대부분이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유 내지는 화석연료인 점에서 요즘처럼 유가위기가 재삼 닥칠 게 뻔한 인천의 미래가 불 보듯 그려진단 말이지. 향후 30년, 지역특성을 무시하고 무원칙과 분별없는 난개발에 따라 즐비하게 형성된 아파트 군락들이 화석에너지의 고갈로 대단위 슬럼가로 변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대한민국학술원 조사에 따른 세계도시 행복지수를 유추해석하건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시들이 전 세계에서 제일 후진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북유럽 국가의 도시들과 히말라야 산맥을 중심에 둔 일부 도시가 가장 높은 행복지수를 받았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발지상주의와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신자유주의적 사고로 꽉 들어찬 위정자들과 개발론자들 입장에서 보면 가슴 뜨끔할 일이겠지만, 도시민의 행복은 결코 개발과 돈 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 일부나마 증명된 셈이기 때문이다.
행복지수 평가기준에 대해 부분별 항목을 어렵게 나열하지 않아도 우리가 살붙여 사는 인천에 대하여, 현재 살만한가? 앞으로도 살만한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불행하게도 정답은 없다. 다만, 해답(솔루션) 만이 존재할 따름이다. 그래서 동인천에서, 부평에서, 연수동에서 어린 가슴들이 촛불을 감싸 안고 어둔 길을 밝히려 하질 않았던가 말이다. 꿈길밖에 길(절망)이 없다고? 천만에 말씀이다. 꿈속에서라도 길이 보인다면 그 것도 길(희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