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談

처녀들의 꽃 밭을 지나며

濟 雲 堂 2008. 5. 22. 23:29

 

시간은 시간으로써의 매카니즘에 충실할 따름이다

시간의 경과 혹은 변동에 따라

울고 웃는 피지배자의 감각은 부스러기일 뿐이었다

 

황당한 사건을

이른 아침에 맞는다

순간, 시간의 굴절 현상을 경험했고

공간이동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일시에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물론 주관적인 판단이다

설령 공간이동을 한다해도

세상의 시간은 자신의 매카니즘에 여전히 충실할 것이므로  

 

죽을 때까지 처녀로 살기를 서원했을

수녀원 앞 뜰을 지나다가

잠시 길을 멈췄다

여름의 언덕에서 꽃의 유한함을 인정해야만 했던지

꽃들에게 정을 붙이기 보다는 그저 있음으로서 고마울 따름이었던

그 꽃들이 통체적으로 눈에 들어 오고 있었다

 

습관적인 거의 습관적으로 읊조리게 되는

역사, 문화, 문학 등의 떠올림 따위가 개살구 같은 영혼의 나부랭이처럼

하찮게 여겨지는 순간이다

이 수녀원은 1895년 해성(Star of Sea)고아원으로 출발...주절주절... 

 

이름은 잘 몰라도

더군다나 태생, 자생기간, 성질 등등은 잘 몰라도

오늘은, 이들이 내게 최대의 위로였고 최고의 위안을 주는 생명체였던 것이다

누가, 누군가가 이들에게 이름을 붙였다면

아마 그 것은 살아 있음, 기쁨, 경고, 조심 따위의 의미들이

명명된 것들이었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그 것도 잠시 나는 딴청을 부리고 만다

이 서양 꽃들은 왜 여기에 심어져 있을까

영혼 결혼을 한 처녀들이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애를 써가며 이 꽃 밭을 왜 일궈 놓은 걸까 하고 말이다.

 

왕복 6차선 도로

나는 2차선에서 좌회전 점등을 켜고 1차선으로 진입

비교적 한가한 거리

그러나 반대편 도로는 버스들의 문란한 정차로 인해 혼잡함

그 틈을 비집고 중앙선 밖으로 튀어나오는 택시

내 차선으로 쏜살 같이 달려옴

섬뜩, 공포, 멍청, 황당, 하얀색, 거친 박동, 붉으락푸르락, 수전현상

본능적인 방어... 

 

사슬관계였다

나는 택시 기사를 바라보면서 탓을 해댔고

택시 기사는 택시에서 내리더니만 버스 기사를 향해

갑자기 나오면 어떡하냐는 시늉을 하면서 삿대질을 한다

바쁜 출근 시간에 맞물린 순간적 장면은

두 기사들 간의 우격다짐으로 변한다

별 다른 일 없는 듯 나는 은근슬쩍 죄회전을 하고는 수그러들고 말았다

어쨌든 정면을 후비고 달려오는 모든 매카니즘은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꽃을 보니 맘이 놓인다

여하간에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공간에 대해

깊은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건 기분이 좋은 일이다

처녀들이 고맙다

애 쓰고 즐겨 만들어 놓은 꽃 밭을 통해

어둔 그림자를 떨굴 수 있어 좋았다 

 

 

 

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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