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______^ 얼꼴, 얼골, 얼굴

濟 雲 堂 2008. 5. 15. 14:14

 

우연의 먼 고향은 필연이었나보다

20년 전의 내 모습은 너무나 앳된 청년이었다

난생 처음으로 입어 보는 양복

거추장스럽다는 느낌이 그저 전부였던

세로줄 무늬 처녀양복이 새삼스럽게 보인다

 

병고에 시달리시던 아버지 탓이었는지

조금은 비장해 보이기도 하고

꼭 다문 입술은 굳혀야할 약속에 대한 다짐이 서려 있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20년 후

앳된 청년은 어디가고

반 늙다리가 되어버린 캐리커쳐가 현재의 시각을 알려준다

20년 압축된 시간의 영역은 모든 것을

되돌려 놓지 않는다. 절대로... 다만,

오래 묵은 기억이 손상되지 않도록

미소를 덧 칠할 따름이다

 

길거리 화가 지망생에게 2분만에 그려줄 수 있냐 했더니

그러마 하고 그려준 내 모습을 보고 아연실색하고 만다

그 두 눈에 입력된 나의 현재성이 의심스럽지만

믿기로 했다

또 다른 우연을 가슴에 심기로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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