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談

삼월만상(三月萬想)

濟 雲 堂 2008. 3. 17. 22:52

 

자연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라고 먹은 마음을

당장에 버려야 할 것 같다.

거대한 포대기처럼 덮고 있는 모래 그득한 하늘을 바라보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답답하다'였다

황하 일대와 몽골 사막에 나무 한 그루 싶겠다는 의지는

높이 평가받을 만 하다. 그러나 근본적인 치유이기 보다는

인류에 대한 작은 운동이자 시위적 성격에 치우져 있어 내심 아쉽다는 생각.

결론적으로 말하면 상위적이든 하위적이든 포괄적 자연으로서

그 안에 내포된 모든 환경과 조건들을 내 살림처럼 아끼고 사랑해야 할 것이리라.

 

장 시간의 회의를 마치자마자 지독한 감기약에 취한 사람처럼

흐느적거리리다가 바람 좀 쐴까해서 건물 옥상에 오른다

커다란 냉각탑 옆으로 따수운 바람이 새어 나오면서

만들어진 작은 공간은 조금 이르지만 벌써 작은 꽃밭을 이루고 있었다 

연이은 말들의 난상토언이었을까

화구(火口)에 연거푸 디미는 불쏘시개처럼 담배를 그슬러 보지만

좀처럼 안정을 되찾을 순 없었다. 맞불은 실패였다

 

옅은 패배감의 종지부는 동련의 모습을 찾아내는 거였다

재떨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꽃 밭을 뒤적거리다가

꽃의 크기만큼이나 작은 이름을 가졌을 법한 꽃 한 송이를 발견하게 된다 

그 순간, 꽃 이름은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무단으로 투기하려 했던 속셈을 들킨 사람처럼

마음이 뒤숭숭해지고 불안감에 휘싸이더니만

그만, 가슴을 쓸어내리는 자책감에 젖어들고 말았다

 

K가 세상을 달리했다

서른 나이에 유학을 가 회계학을 공부하고 돌아왔고

여우와 토끼를 조합해 놓은 어여쁜 색시와 결혼도 했다. 2년 전 일이다

"엄마~! 오 년 동안 공부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그 동안 빚진 것 다 갚아 드릴 게요^^"

이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채소 전 앞에서 너부죽이 숨어버린 채

듣는 K 엄마의 젖은 눈시울도 잊혀지지 않는다.

결혼 생활 2년이 지났으니 올해는 아기를 가져야 할 것 같다면서

K의 색시는 지난 11일 부로 휴직을 신청했다 했고

K는 12일 밤 11시 50분에 고속도로 기흥 부근 갓길에서

교통 사고로 그만 유명을 달리하고 만다.    

K의 처가 바라보는 가운데 엄마와 통화하는 사이...

 

그 다음 다음 날 P의 모친도 돌아가셨다

P의 조카가 신부인 관계로 장례식 장은 사람들로 들끓어 댔다

정치인을 비롯해 엔간이 이름 석자 디밀면 어깨에 힘 깨나 쓰겠다 싶은

많은 사람들이 답동성당 한 켠에 차린 장례식 장에 모여들었고

상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음식이 넘쳐 흘렀다

P는 모 재래시장 번영회의 회장으로 연임하는 기록도 세운 사람이었는데

이 날따라 P와 직접적으로 관계된 시장 사람들은 정작 오지 않았고

조카의 문상객들로 성시를 이루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윤흥길 선생의 '완장'이 불현듯 떠올랐다

상인들이 회장 선거 당시에 뱉어 놓은 말들이 주섬주섬 건져 올려진다

"그 놈을 뽑아 줄 바엔, 이 놈을 뽑는 게 차라리 나아~!" 라던가

"같은 X인데 이 쪽 강아지가 낫지~!"...

 

계절의 막차가 지나가는 게 아쉬웠는지

아침은 냉기를 품은 채, 가끔 씩 헛 기침을 흉내내었다

햇볕은 일찌감치 몸통을 불려온 봄 답게

제법 날카로와진 눈 빛을 도심 구석구석에 뿌려대고 있었다

감춰진 게 드러나고 치부로 삼았던 게

기꺼이 감춰지는 

참 너른 봄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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