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유목(都市遊牧)

서울 나들이

濟 雲 堂 2008. 1. 24. 16:41

 

거의 5년 만에 타는 인경전철이다

인천역을 출발해 목적지인 종로 인사동까지 갈 참으로

모처럼 전철에 의지해 보기로 한다

평상시 같으면 나의 애마 스쿠터를 타고 갔겠으나

이날은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는 일기예보가 예사롭지 않아

인경전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선배 화가 김교찬의 전시회 이후로 모처럼 타보는 전철이었다

별 생각없이 올랐다가 깔끔한 내부에 잠깐 흔들린다.

전철에 관해 우리보다 사정이 좀 나은 일본의 JR이나 일반 전철 만큼이나

정갈했고 공기 또한 좋았던 것 같다.

 

서울 나들이는 여러모로 많은 기억들이 솎아지게 된다

학교를 다녔을 때도 그랬지만

강원도에서 군 생활을 하던 중 휴가를 맞아 인천으로 내려올라치면

꼭 거쳐야 할 곳이 서울이었고 그런 서울의 공기를 탐탁챦게 여겼으므로

우선은 서울의 공기에 질려 어찌되든 간에 빠져 나오고 싶어 했었다

그런 서울의 박힌 이미지 때문에 어떠한 일들이 주어져 나들이를 꼭 할 상황이면

대게는 그날그날 일을 처리하고 오는 예가 많았다

어쨌든 서울에 대한 기억은 공기에 대한 문제가 가장 컸다

 

사실 인천이라고 별 볼일 있는 공기를 소유하고 있지 않았음에도

진저리 치듯 서울 공기에 거부감이 드는 것은

아마도 강원도 산골에서 군 생활 했던 청량감과 너무나 대조되었던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고백컨데 인천의 공기도 별반 좋은 것은 아니나 한달음이면 바다를 보고

노을지는 것을 코 앞에서 느낄 수 있고 짠내음에 흠씬 젖은 갈매기 떼를

어디서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래도 인천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주 좋은 정보 하나를 얻는다

인천 역이 아니라 동인천 역에서부터 서울 용산 역까지는 급행으로

나다니는 전철이 있다는 소식이다

얼마나 급행인지는 모르지만 좌우간 현재의 국철보다 빠르다는 얘기다

옮겨 타기 위해 전철을 기다리는데 여러가지 변화된 모습들이

눈에 띈다. 어떤 이유로 만들었는지 언듯 이해가 안 되지만

여러가지 기능이 가미된 것 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특히, 이중으로 된 출입문 방제는 방재를 목적으로 만든 것에 분명하다

재앙을 억제하는 기능은 사회적 책임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간 전철 관련 사고들이 빈번하게

일어나질 않았던가

이런 일들의 발생에는 무엇보다도 사회적 통감과 해결의 전이를

편리와 안전에 두고 있는데 비용이 좀 많이 든다는 게 조금 안쓰럽다

 

월미도 해안을 예로 들면

전에는 파랑이 심하게 치면 파도가 뭍으로 넘어와

옷을 적시는 일이 적잖이 있었다.

만조 때가 되면 더운 여름 객기를 부려가며

수영을 했던 기억, 덩지 큰 파도에 쓸리다보면

굴이며 따개비에 무릎과 손바닥이 찢기기도 했지만

직접 물을 매만질 수 있어 좋았던 그 바닷가

하지만 시민의 안전과 관광객 유치 그리고 생계를 위해

포장마차를 만들고(지금은 사라졌지만) 도로를 넓히다보니

휑뎅그러한 바닷가가 조성되는 일이 벌어졌다

낭만이니 자연이니 하는 단어가

상혼에 묻혀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오후 늦은 시간이었지만... 전철 안은 사람이 꽤 많았다

그럼에도 붉은 색이 깃들어 있는 자릿칸은 노약자 좌석으로

이 좌석을 향해 엉덩이를 붙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대단한 시민의식이란 생각을 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일본에서 벌어졌던 일인데,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버스의 크기가 대체적으로

작은 것이었는데 좌석이 다 찬 상태였다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타길래 내가 자리를 양보했더니

대뜸 한국사람이냐 묻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니까 한국사람들은 예의가 좋고, 노인들을 위해 자리를 피해주는

아름다운 습관을 가져서 좋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허리가 얼마나 휘어지고 키가 작았던지 보기만 해도 안쓰러웠는데

어느 누구도 자리를 양보해 주지 않았던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양보한 것이었는데 넘치는 칭찬을 받았던 기억

물론 이 기억은 오래된 기억의 일부다.

사실 다른 일에 더 감동을 받고 있었다

그 것은 이 할머니가 이 버스에 오르려는 순간

버스 전체가 할머니 쪽으로 대략 10여도 각도로 기울어져 타기 좋게

수평을 이루는 것을 목격한 일이었다. 우리도 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버스도 그런 기능을 가졌지만 좀처럼 운영의 묘를 살리기에는

정차장과 버스 사이 간극을 지나칠 정도로

버스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배차 시간과 정확한 정차지점 아울러 버스에 오르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서고 기다리는 문화 자세 등등도 개선해야할 일이 아닐지... 

 

역시 비용의 문제다. 이중 문

 종로 3가에서 내렸다. 역 안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정체가 모호한 분들이다

애매한 일상성과 삶의 느슨함이 엿보이는...  

 전에는 없었던

 돈화문이다.

 

네팔의 오지를 삼주 간 여행을 다녀온 상명대 박석 교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번 여행으로 건진 자작곡이란다

서울 나들이는 중국 남경대 최부득 박사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몇 년 전, 상해에서의 환대와 '샹하이의 아침'이란 저서를 낼름 받아 먹어서

인사도 겸해서 찾은 것이고 더군다나 문화정책 토론회를 겸한다는 자리여서

찾은 서울 길이었던 것이다.

엔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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