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유목(都市遊牧)

요코하마의 세 발 자전거

濟 雲 堂 2008. 1. 1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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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몸살을 잃고 있다. 완벽한 도시가 없음을 자인하면서도

도시는 거듭되는 변태의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의지를 결코 꺾어 본 일이 없다

인류의 시간이 마치는 그 날까지 아마도 그러한 변태의 과정은 계속 될 것 같다

도시의 원형질은 자연이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일이라고

은근한 압력을 가한다. 도시는 사람에게, 사람은 도시에게 서로 자연 같은 도시를 만들자고, 도시 같은 자연을 만들자는 합의에 이른다

요구에 따라 충돌과 폭발 또는 조합도 이루어 진다

조합은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 내거나 어느 한 쪽을 흡수해 존속하지 않으면

불안해 하는 유전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도시의 불안감은 근본적으로 잉여에 따른 것들이 대부분이다

거기서 인문학적인 화두들이 대거 산출되는 것이다. 불안하기 때문에...

 

개항 150주년의 의미를 두고 일본 요코하마 시는

도시 전체가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개항의 의미 안에는 개화라는 자기 비하의 논리가 숨어 있다

일부 역사가들이 자랑삼아 써 내려간 '개화' '개화기' 등의 뜻을 들여다 보면

무력과 물질 그리고 자만으로 덧칠해져 있는 근대 서구 자본주의에

무릎 꿇고 써 내려간 자아 고백서 같은 속 마음을 내포하고 있다

근대 문명을 꽃이라 보고 그 세례의 수혜자임을 자처하는 꼴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도심 곳곳을 누비는 영어권 강사들이 전단지를 나눠 주는 모습이 이채롭다

단정해 보이는 양복 차림에 영어 학원의 홍보 내용이 새겨져 있는 화장지, 노트

연필, 공짜 만화책 등을 옆구리에 끼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영어가 잘 안 되는 모양이다. 우리보다 앞서 30년 가까운 세월을 미국에 먼저 개항했으면서도 말이다. 황당한 사건이지만, 영국에 유학가서 항만 발전 관련 학위까지 받은 Y.H.C.U의 무라하시 교수와 내가 서로 소통을 목적으로 사용한 언어는 거의 한자였다. 필담과 쟁글리쉬(비슷한 말?=콩글리쉬) 그리고 몸통언어였던 것이다.

 

나의 숙제는 사람에 관련된 일체 것을 이해하는데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특히 무명이든 유명이든 간에 한 세대를 뭉뚱그리며 살아간 분들에 대한

궤적을 살피는 일에 주된 시간을 보낸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근대라는 까운을 입고 들어온 외국인의 행적과 

도포자락 휘날리며 행여 바람불면 옷 고름을 입에 물어

바람으로부터 세상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으며 살아왔던 옛사람들의

삶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것 등이다.

이런 맥락에서 요코하마 외국인 묘지를 찾는 일은 당연한 것이다

더우기 우리나라 최초인 인천 외국인 묘지(서울 양화진 외국인 묘지는 이후에 생겨남)와의 보이지 않는 상관관계를 짜맞추려는 의도는

예정된 수순이기도 했던 것이다. 나중에 다시 거론할 얘기이지만

상해의 외국인 묘지든, 청도의 외국인 묘지, 고베, 동경 등에서

느낄 수 있었던 야릇한 감정들을 좀 더 구체화 시키는 것이 현재의 숙제이기 때문이다

 

야마테(山手)공원 언덕 길을 내려오면서

개항 당시의 번화가였던 모토마치 일대를 주섬주섬 둘러본다

�은 시간이지만 찾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이 일대의 변화가 심심찮게 감지 된다

그 중의 하나가 세 발 자전거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던 장면이었다

요코하마 개항 150주년 준비위원회가 준비한 홍보와 관광을 겸한

자전거 형 택시가 길거리를 활보하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인천 강화도 해안 도로를 달리는 이와 비슷한 세 발 자전거가 번개처럼

스쳐지나간다. 그냥 비교다. 모양과 차체구조와 기능 등등

요코하마 시의 전반을 차지하고 있는 평지를 주유하기에는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든다. 나가사키처럼 언덕과 구릉이 많은 곳에서는

감히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아이디어였다. 여러가지 조건들을 취합해

만든 것이라는 의지가 역력하다

같은 개항도시, 비슷한 도시형태를 띈 인천의 상황과 이질감이 느껴진다

쏜 살 같이 달려가는 각종 차량들 사이에서도 특별한 공포감이 조성되는 

화물차들 원목에 곡물에 고철, 납작하게 짓이겨 겹겹이 쌓은

자동차 폐기차량, 폐지 등을 한 껏 싣고 질주가 본능인양 우왁스럽게

겁을 주며 달려가는 도로 상황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신선했다. 조금은 인간적인 면모가 보이는 발상이다

 

다른 예로, 우직스러운 보여줌의 열기를 폭발하는 도시 상해 중심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넓고 먼길 게다가 황포강 일대 근대 건축들이 도열해 있는 포동강을 향해 달리는 꼬마 열차. 각종 삐끼들이 호객행위를 하는 가운데

이리저리 피해가는 여행자의 중심을 향해 달려오는 꼬마 열차에 대한

상상도 양념처럼 떠오른다. 장수동 인천대공원에서 허접스럽게 찾아 볼 수 있는 괴물의 화신 같은

 

인천에서도 조만간 모노레일 관광열차가 생겨난다고 한다

구도심과 바다를 관망하면서 마치 창공을 날아가는 기분을 대신해 주는

모노레일이 생겨난다고 했다. 노면 전차든 뭐든 간에 생겨날 거라면

좀 더 심사숙고한 통찰과 다각적인 환경 문제 등을 고려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가뜩이나 무지스러운 개발정책들로 헛점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상황에서

점진적인 논의는 절대적이고 주민의 필참은 꼭 이루어져야 한다

배울 부분이지만 요코하마 미라토미라이 정책은 꽤 괜찮은 관, 학, 산, 민이

머리 맞대고 만들어낸 정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요코하마 세 발 자전거의 등장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