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두(劈頭)
무자년 새해 밝은 아침은
너무도 익숙한 익명성이 내포된 여느 아침과 다를 바 없었다
밤 길을 세 시간 걸으며 맞으려 했던 정해년의 뒤안길을
좀 더 세심히 돌아보고 한 해를 맞이 하려고 했던 우리들은
자정을 자축하는 불꽃놀이가 해안과 시청일대에서
꽃피우는 걸 보자 새해가 됐음을 겨우 인식한다
언제부턴가
지난 세월을 꼼꼼히 반성하는 시간보다는
미지로부터 다가서는 미래의 선택적 시간들에
기원하는 일이 훨씬 많아진다
기원의 이면에는 만일에...와
그렇지 않으면...이라는 발생 가능성 사이에서의
반목이 내재돼 있음이 발견된다
그랬으면 좋겠다 라고 표면적인 언어를 구사하지만
내재적으로는 그랬단 봐! 라는 경고와 복수 심리가
숨겨져 있음도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분히 모나 도가 나오길 은근히 기대하는 심리인 것이다
어디까지나 심리적 약질감일 따름이다
무자년이라...
김재열 교수 님이 그린 답동성당 수채화이다
직접 허락을 받지 않고 게재를 해서 좀 찜찜하지만
그 분의 인품과 넉넉함에 은근히 기대를 걸어보면서 '인천한담'식구들에게
첫 대면을 시키고자 마음을 먹는다. 그런데도 찝찝한 구석이 있다
몇 해 전 책을 펴내다가 아주 잘 아는 분의 엽서 사진을 책으로 펴냈다가
된통 혼난 적이 있다
너무 잘 알고 지냈고 예의며, 서로의 지적 보완과 교류만을 보더라도
쉽게 올려도 될 법하다고 생각한 나의 안일함에 결정타를 먹이는
사건으로 확대된 것이었는데
무엇보다도 자료수집을 목적으로 생계를 유지하시는 그 분에게 일언반구
여쭙지 않았다는 것에 결정적 실수가 있었다
그 때만 해도 보여지는 것에 대한 저작권이니, 소유권이니 하는 것에 대한
개념이 그리 녹록치 않았던 혈기 넘치는 시기였기에
나의 실수는 거의 치명적인 실수였음을 인정하기에 이른다
이 번에도 그럴까 싶어 내심으로 얼마나 마음 졸이는지...
두고 볼 일이다 ^ ^
다시, 무자년이라...
지난 해를 돌이켜보면 예 년과 마찬가지로 적잖은 파장이
한반도의 지축을 들썩거리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된다
늘 상 반복되는 사건, 사고지만 더욱 절실하게
나의 뇌리를 스치는 것들은 다음의 몇 가지 열쇳말들로 집약될 수 있었다
자원전쟁, 종교적 갈등, 기후변화, 삶의 질, 불경기의 해법
디아스포라, 학력위조, 원유유출, 자원봉사, 뉴라이트
한반도 평화공존 의지, 재개발 등등이 떠 올려진다
곱씹어 보면 거의 지지난 해나 지난 해나 대동소이하다는 생각이다
핵심적인 키워드는
'삶'이다. 그런 삶의 배후에는 죽음이 존재한다
엄밀하게 다시 말하면 자연사 개념이 아닌 '죽임'에 이르는 현상이다
가해적이고 공격적이며, 능동적인 반사가 주종을 이루는
즉자적인 행동들이 주종을 이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라고
농민 철학자 전우익 선생은 말씀하신다
백번을 들어도 천 만번을 들어도 지당하고 지엄한 말씀이다
그런 가르침은 백계의 꼭두쇠 님들의 가르침과도 동일한 벽두이자 화두이다
지난 세월, 특히 20대 이후로 나는 무슨 인화성 발화물질처럼
즉각적이고 즉자적이고 즉물적인 폭발력을 발휘했던 것 같다
S.M, 가난, 소외, 부조리, 불화, 조국, NL, 민족, 지역발전
자기계발, 폭력, 자학 등등의 인화물질에 의해 타오르는 불이었던 것 같다
귀 밑 터럭이 하얗게 변해가는 이 즈음도
그 뿌리가 썩지 않고 있는 걸 보면 뭐라고 딱히 규정할 수는 없어도
아직은 멀었다. 한 참 더 가야 한다. 철 들 때까지...라는 뇌까림이
반반이다. 잘잘못이 아닌 그저 반반인 것이다
인천한담을 찾아주신 분들께 우선 새해 인사로 너부죽하게 엎드려 본다
실체성이 없으면서도 사실적이고
사이버 상이라고 규정해 놓고도 현실적인 글들을 읽느라
현장감없는 넋두리려니 했을 법도 할진데
여러 사람들이 거쳐 갔음에, 미쁘게 봐줬음을 고마워할 따름이다
나의 진정성은
고맙습니다. 좋게 지냅시다. 기왕이면 함께 삽시다 입니다
인천한담은 그럴 겁니다
새해 좋은 일 많이 생겨나길 간곡히 바랍니다
간만에 존대글로 마무리 하려니 문맥이 헝클어졌음을 이해바라면서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