濟 雲 堂 2007. 11. 29. 01:39

 

늦은 밤, 담배를 피려고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제법 차더니

한낮을 지그시 압박하던 먼지층이

자리를 옮겨 갔다. 사라졌다고 말 할 수 없는 현실이다보니

옮겨 갔다 라는 표현이 옳다

 

한 때 별 보기를 즐겨했던 시절이 있었건만

어느 때부터 그런 기대감을 저버리고 난 후에는

밤 하늘이 그렇게 무덤덤해 보일 수 없다

 

어제 밤은 북두칠성, 북극성, 카시오페아 등이 선명히 보였다

별 볼 일 없던 밤에 별 볼 일이 생긴 것이다

한참을 보고 있었다 싶어 안으로 들어와 보니

채 십분도 못 있었는지 벽면의 시계 분침은

두 시 십분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별을 볼 수 있었던 건 바람이 돕고 하늘이 도운 거라며

바람이란 단어를 우물거리는 순간

입 밖으로 뭔가가 계속 게워지는 느낌이 들고

뇌리에 침잠해 있던 바람에 관련된 용어들이

울컥거리며 베갯잇을 적시고 말았다

 

별을 볼 수 있게 된 건 바람 덕이라...

별을 볼 수 없던 건 바람 탓이라...

별, 별, 별...바람, 바람, 바람...

이들 상관성에 연루된 게 어찌 자연현상 뿐이겠냐마는 이라고 �는 순간

갑자기 떠오르는 바람의 아류들은 참으로 예의가 없다고 정의 내린다

 

멀리는 신풍(神風)

이 보다 좀 더 가까이 대풍(大風)

이 보다 좀 더 가까이 국풍(國風)

이 보다 좀 더 가까이는 신풍(新風).

神風은 카미카제

大風은 경제 회생했다고, 이제는 쌀 막걸리를 마셔도 된다고

大豊이 들었다. 100억불 수출 달성, 1000불 소득, 고상돈 에베레스트 등정 

등의 이야기가 난무하던 때의 바람

國風은 부끄럽게 정권이 바뀌었지만 안 따라와 주면 국물도 없다는 듯

여의도 광장에 모 풍풀패를 동원 수 십만 명이 철부지처럼 박수를 보냈고

칼라 티브이, 프로야구에 정신 놓고 다녔던 때의 바람

新風은 민정에 정권이 이양됐고 나라가 중진국 위상에 올랐으니

신바람 나는 정치의 세례를 받으라 해서

여행 자유화, 아이엠 F, 좋다가 말았던, 아니 거기가 거긴였던 바람들이

불식간에 떠올랐다

어차피 별 보자고 한 일들인데, 그냥 바람이었고 대다수는

바람몰이였을 뿐이었던 지난 세월 속 바람도

어제 밤처럼 그렇게 존재했던 것은 아닐까

 

 

늦게 잠을 청했으니

아침 나절은 늦도록 어수선한 법

좀 더 일찍 일어나야 했음에도

몸이 기대를 저버렸으므로

정신 들도록 아파트 앞 자판기에 300원을 쑤셔 넣는다

 

커피를 뽑아들고 고개를 젖히는 순간

반구형 하늘 양 쪽으로 동시에 출현한 낯 익은 물체가

한 눈에 들어 왔다

있을 수 있는 일, 그러나 흔히는 볼 수 없는 두개의 별이

한 하늘에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현현해 보인다

 

전화기로 순간 포착한다

그러나 동시에는 찍혀지질 않는다

옘X헐~!

내 맘 같질 않군 이 놈의 기계...

하는 수 없이 따로 찍어 둔다

한 번은 태양이란 별을 향해

또 다른 한 번은 달이란 별을 향해

 

나의 애마가 쑥스럽게 등 돌린 채 쏟아지는 햇살을

그저 무방비로 얻어 맞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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