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산 황조롱이
새들의 거처에 이변이 생긴 걸까?
오늘따라 유난히 비행의 속도가 빨라졌고
아파트 옥상에 무리지어 서식하던 비둘기 떼들이
나무의 키 만큼 앉은뱅이 자세가 되어 있다
푸른 물감에 우유빛이 적당히 베인 색깔을 띈 하늘은
본격적인 가을을 예감케 하고 있는데
먼 높이에서 뭔가 한 점 정물이 움직이고 있다
유년기엔 저렇게 높이 나는 새가 날아들면
어머니, 크게 팔을 휘저으며 쏜살 같이 집으로 달려오라고
조언하셨던 기억이 난다
키 작은 집들이, 게다가 한 길만 건너면 초가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이웃 동네(내동)에서는 아이들의 째지듯 터트리는 비명 소리가
즐겁기만 한데, 어머닌 높이 나는 새들을 조심하라고 하셨다
솔개와 매는 유년의 동공에 박힌 단골 새들이었다
상상할 수 없는 높이에서 빙빙 돌면서 천천히 하늘을 휘어감아내듯 하는
솔개의 비행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장다리 같은 날개를 접고 답동성당 십자가 첨탑 위에 앉아 있는
솔개를 보노라면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나다니기가 두려웠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그 것도 잠시,
어디선가 나타난 까치 무리에 의해 쫓겨나는 솔개의 줄행랑은
또 다른 경이이기도 했다
날짐승의 폭군이라 불리던 새가 흔하면서도 장난끼 많은 까치에게
쫓겨나는 모습은 색다른 체험이었으므로
두고두고 머릿속에 남아 있는 장면이었다
이제 그런 덩지 큰 새들을 도심 한 가운데서는 볼 수 없다는 게 아쉽게 느껴진다
6 년전인 2001년
월미산이 개방된다는 소식은 가뭄 끝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철책을 물리고 개방된다는 얘기에 인천 지역에
내로라하는 시민사회 단체들이 앞을 다투어 환경적 측면
도시 기능적 측면, 역사적 측면 등에서 팔을 걷어부치고
조사 작업에 착수했던 적이 있다
특히 자연 환경적 측면 가운데서 오십 여년 동안 폐쇄되었던 것이
오히려 환경적인 이득으로 자리 매김 했던 지적이 주의를 끌었다
어불성설 같은 논리였지만 현실은 그랬드랬다.
거기서 드러난 것이
우리나라 천연 기념물의 반열에 오른 황조롱이였다.
환경단체들은 이 황조롱이의 서식이 월미도의 상징적 의미요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맞는 말이다. 그렇게 해야만 했다
어느 덧 6년 세월이 흐른 지금
텃새가 된 양비둘기들이
인천의 모든 공원과 모든 아파트의 옥상을 점거한 상태에서
배부른 게으름의 잔해를 난간 위에 묻힐 때마다
내심 천적의 등장을 얼마나 고대해 왔는지 모른다
그런 오후에 황조롱이를 만났다
월미산 황조롱이를...
일시에 날개를 들고 일어나는 새 떼의 번잡스러움이
싫지 않게 들리는 오래된 아파트 끝자락을 바라보며
찍히든 말든 개의치 않고 디카에 담아 봤는데
제법 형체가 드러나 있었다
ps 월미도에 관한 글은 검색에서 '월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