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는 집

향지여관 앞 뜰을 거닐다

濟 雲 堂 2007. 7. 27. 01:01

 

향지여관

지금은 사라진 이름

그 여관이 사라짐으로

여관이란 이름 뒤에 숨어 있었던

역사의 이름이 또 하나 사라져버리고 만다

 

David W. Deshiler

한자 이름은 大是羅

우리나라 최초로 하와이 이민을 주도한 사람

대시라은행 대표, 운산금광 재정 책임자

 

향지여관이 사라짐으로

인천 최초로 일본식 정원과 주택이 딸린 데쉴러의 흔적이

이 지구상 밖으로 사라져버렸다.

 

그 집 건너편 앞 뜰에

내 어머니 글 솜씨와 너무도 많이 닮아 있는

표지판이 읽혀진다

 

그냥 웃어 넘길 수 없었다

먹물 중독자의 예리한 붓 끝을

일소해 뭉개버리는

저 호연한 의미가

가슴팍에 와락 안겨버렸으므로

 

한 팔 보다 조금 길어 보였을까

쬐그만 뜰을 일궈 심어 놓은

꽃을 보니

만사가 여유로워 진다

수 없이 지어진 꽃 이름을 따질 것도 없이

나를 유혹하는

저 푸른 것들

 

저 푸른 것들

 

 

김해경이 보이질 않는다

계집 이름이라 놀림 받았을 법한

이 상(李箱)의 본적(本籍)은

더 더욱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꽃이 거기에 있었으므로

 

 

다만 거기엔

버려진 이름과 버려져야할 이름

지워진 옛 날과

낯선 희망이

한 무더기로 공존하고 있을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