濟 雲 堂 2007. 7. 6. 16:08

 어느 날

ㅇ 대학 ㅂ 교수, ㄱ 교수 그리고 프로젝트 실무자들과

회의를 마치고 식사를 하러 갔다

 

프로젝트 보고서가 전국 56개 대학 가운데서

가장 좋은 성적으로 낙점돼 지원사업으로 선정된 것에 대한 축하의 자리였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ㄱ 밴댕이 회 무침 집이었다

모인 사람들 전부가 약간 상기된 얼굴이었고

입가에 진 미소 또한 귀에 걸릴만큼 좋았으므로

뭔가 맛난 음식을 먹자는 ㅂ 교수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던 차라

어딜 가느냐 묻지도 않고 무작정 음식점엘 들어 갔던 것이다.

 

평소 밴댕이 회가 나랑 별로 친하지 않는 음식에 포함된 데에는

조기나 고등어, 생태 등 비교적 살 점이 도톰한 생선이거나

광어 우럭 놀래미 농어 등에 익숙해 있던 나에게 얄팍한 살 점에

가시가 많은 밴댕이는 먹을 때마다 간간이 내 입 속을 괴롭혔으므로

꺼렸던 횟감이었고 생선이 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 같은 존재라는데 있었다

 

바닷가를 삶의 무대로 삼아 왔던 어른들의 흔한 말씀으로

밴댕이 소갈딱지...라는 말이 있다

이 밴댕이의 몸체를 보고 하는 말이 분명코 아니라는 뜻임을 알기에

지금은 별 부담 따위는 없지만

어릴 적에 자주 삐치곤 했던 나에게

어머니가 자주 사용했던 고로 밴댕이 하면 떠오르는 말이

나의 삐침 사건들의 연상이 불현듯 떠올랐기에 밴댕이... 하면

나의 어줍쟎은 슬픔이 서린 음식이란 등식이 들러 붙게 된 사연이

있던 거였다

 

따지고 보면 밴댕이란 생선만큼 자신의 삶터인 바다를 떠나서는

단 일분도 살아 갈 수 없는 지고지순한 생물이 없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심지가 굳다고 표현되지만

또 달리 보면 융통성 없이 꽉 막힌 그런 존재가

바로 밴댕이였음을 생각했을 땐 그냥 봐주면서 먹지~ 뭐, 이런

얘기로 그냥 넘어갔을 텐데 예전 기억의 연상들이

오늘 날까지 깊게 자리 잡았던 이유가 자꾸 되짚어지는 것은

잔소리를 불식간에 넣어 주셨던 어머니가 내 곁에 안 계셔서 그런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심통을 부리지 않았나 생각해 보았다

 

어쨌든 곁들이 반찬으로 나온 짬짬이 횟감들이나

주식으로 나온 밴댕이 회 무침은 그런대로 맛이 있었다

한 순배가 돌아가고 기쁨이란 시간도 얼추 시들어 갈 무렵

난데가 명백한 여주인이 조그마한 쟁반에 뭔가를 받들고 오는 거였다

주위 사람들의 고성으로 잘 들리진 않았지만 뭐라뭐라

설명하는 것 같기는 한데 자세히는 들을 수 없어서

잔을 내려 놓고 돌아선 여주인께

이 잔이 뭐냐고 물었더니만

 

여주인 말씀하시길

여기 오신 분들이 너무도 기뻐하는 분위기인것 같아서

동참은 못하지만 주인의 마음도 그 기쁨에 같이 한다는 뜻에서

주인의 마음을 담아 왔습니다. 하는 게 아닌가?

놀람과 기쁨 그리고 적잖은 감동은 이내 박수로 이어졌고

우리들은 한층 고조된 즐거움으로

맛나게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참으로 기지발랄한 생각이 아닐 수 없었다

감각적이다느니, 우아하다느니라는 말을 미처 전해드리지 않은 건

순전히 몇 잔을 들었던 술 기운 탓이었다는 점을 아침에야 비로소 깨닫는다

여주인의 예쁜 마음에 다소나마 보답하는 차원에서

글을 올려보기로 작정했다. 때마침 그 감동의 장면이

내 조리개 속에서 똬리를 틀고 있었으므로

지워질까봐 기억의 숲에서 빠져나오지 못할까봐 냅다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