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림雨林에서 억수 비 오는 날 문득 누군가의 등이 그립다 나무 껍질처럼 단단하고 메마른 우림雨林에 파묻혀 양육되어가는 키가 커다란 아이가 허리가 휘어진 채 스스로 경계를 만들고 있다 어디론가 횡단하고 있다 舌 .썰. 說 2009.07.18
기생과 생존 목이 부러진 나뭇가지에 넘어질 뻔 했다 나무는 가지가 부러졌어도 목이 부러진 거다 바람에 잎사귀가 떨어졌어도 그러니 나무는 지상 밖으로 나온 몸뚱아리가 하나의 대가리인 셈이다 거칠고 메마른 동안거 어느 산방 아래 오기를 등걸마다 수 놓은 아까시 나무가 단단히 서 있다 나무는 뿌리를 빼 .. 舌 .썰. 說 2009.04.24
25분 황금 시간대 밤 9시 뉴스 김연아 집중 보도 시간 신포동 닭강정 사려고 장사진을 이룬 사람들 한 봉다리 닭강정을 사가기 위해 기다린 시간 독자적인 축제를 만들자고 몇 개월에 걸쳐 회의 그리고 또 회의 축제 비용을 반납해 인턴사원 100명 열 달 치 일자리를 만들자는 청장의 일갈에 어찌할 바를 모.. 舌 .썰. 說 2009.03.29
초록 유전자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왼 쪽 속주머니에 품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 진다고 익명의 그가 말했다 대뜸, 나이도 걸싸하니 먹었고 제법 풍모도 빈한이라는 이미지와 사뭇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익명의 그가 왜 그런 말을 읊조리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만 원 짜리 한 장이라는 수리적 제한수를 동원해.. 舌 .썰. 說 2009.03.13
즐거운 만남 그리고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웃을 일도 별로 없고 칭찬할 일도 그닥쟎은 요즘 생그러운 미소와 호방스러운 웃음들을 쏟아 붓고 나니 좋은 세상에 대한 기대로 한층 배가되는 기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지금은 별로 찾는 곳이 아니지만 고기 구잇집 '양지'로 갔다 펼친 노트북 크기 .. 舌 .썰. 說 2009.02.15
작명소회 둘 째 아들의 이름을 지어 주어 고맙다고 安은 예쁘게 포장된 포도주를 들고 찾아들었다 둘 째의 이름 포도주 두 병, 두 이미지가 연상적으로 자아내는 심연의 기억들이 불현듯 거품 내뿜으며 빨려 내려가는 욕조물 같이 불규칙적인 동어반복 현상처럼 보였다 꽤나 많은 아이들의 이름을 지어준 것 같.. 舌 .썰. 說 2009.02.11
입춘대희 立春待希 손놀림이 무척 재던 신 씨 할아버지가 연거푸 세 번 쓰러지더니 오두막 같은 집마저도 폐허가 되었다 지난 해에 써 놓았을 법한 입춘대길立春大吉 수복壽福 비움이 허전했는지 아니면 세상살이가 고되었던지 얼마 안 된 벽지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라는 제목이 붙은 전.. 舌 .썰. 說 2009.02.04
수다.秀多.수 다 2009년 1월 30일 오후 3시 술 한 잔 마시지 않아도 함께 있으면 마냥 즐거운 조우성 선생님과(左) 술이 없으면 어눌하기 짝이 없어 보이지만 술 한잔 접구(接口)하는 순간부터 문학과 인생의 낭만성과 여자와 삶의 이야기가 쏟아져 흘러 넘치는 김윤식 선생님(右) 모처럼 조우성 선생님이 씨앗 주머니 다독거리며 "오늘은 내가 .. 舌 .썰. 說 2009.01.14
나무 전봇대를 추억함 전봇대를 보면 오르고 싶었다 불알이 까지는 줄도 바짓가랑이가 찢기는 줄도 모르고 무작정 오르고 싶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그냥 그 시대에 부르던 까만 타마구 칠이 손에 끈적이고 온 몸이 광부의 그 것 과 닮도록 그렇게 놀았던 유년의 한 때 양잿물로도, 신제품 선전으로 열을 올렸던 빨랫비누 .. 舌 .썰. 說 2009.01.05